한정후견인 제도 개시 변호인과 함께 진행하려면
어린 시절 앓은 큰 병으로 인해 지적장애가 생긴 A는 얼마 전 같은 교회 권사님 소개로 작은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간단한 문서작성과 잔심부름이 업무 전부였습니다. 온순한 성격인 A에겐 더없이 안성맞춤인 일자리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회사에서 만난 친구들이 문제였습니다. 친구들은 A와 자주 어울려 다녔습니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챈 과장이 눈치를 줬으나 소용없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 앞으로 독촉장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A의 누나가 알아보니 그 친구들이 A를 이용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거였습니다. 누나는 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돈은 돌려받았으나 또 언제 누구에게 속아 이런 일을 당할지 걱정스러웠습니다. A의 누나는 친구의 소개로 한정후견 분야를 주로 취급한다는 변호사를 찾았습니다.
B는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가볍게 인터넷 게임 정도만 하는 줄 알았던 남편이 알고 보니 자기 모르게 3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알았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려준 남편 친구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연락을 해온 겁니다. 은행에 다니며 연봉도 7천만 원 가까이 되는 남편이 3억 원의 빚을 졌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혼을 함부로 결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눈물로 만류하는 시부모님도 맘에 걸렸으나 무엇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걱정이었습니다. 남편도 다시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는 하는데 믿기는 어렵습니다. 한정후견인 제도 개시를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후견을 개시하면 남편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도박문제로 발생한 채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가능할까요.
위에서 잠시 살펴본 대로 기존의 한정치산 제도가 폐지되면서 한정후견제도가 새롭게 도입됐습니다. 한정치산 제도는 한정치산자가 가진 행위능력을 심하게 제한하면서도 그를 보호하는 데에는 오히려 허점이 많은 제도였습니다. 한정치산자로 결정되고 나면 사회적으로 낙인찍히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런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한 반성으로 한정후견제도가 새롭게 시행된 건데요.
한정후견은 노령, 질병, 장애 그밖에 정신적인 제약으로 자신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 같은 거라고 봐도 좋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질병에는 뇌 병변이나 치매 등이 포함되고, 장애에는 발달장애나 충동조절장애를 들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제약이 있으나 아직 성년후견이 필요한 정도는 아닐 때 한정후견인 제도 개시 제도를 이용합니다.
한정후견인은 후견을 받는 사람, 즉 피한정후견인의 일정한 행위에 대한 대리권을 갖습니다. 여기에 더해 피후견인이 후견인의 동의 없이 한 행위에 대해 동의를 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습니다. 이때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할 수 있는 행위 범위와 후견인이 취소할 수 있는 피후견인의 행위 범위는 가정법원이 정합니다. 피후견인의 중요한 자산을 처분하는 행위, 즉 중요자산을 팔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를 비롯해 금전을 빌리는 행위, 보증을 서는 행위 등 재산적인 행위에 후견인의 대리권 및 동의권, 취소권이 설정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한정후견인 제도 개시가 되면 피후견인에게 후견이 개시되었다는 사실, 선임된 후견인의 인적정보가 후견인등기부에 오르게 되는데요. 이 후견인등기부는 가정법원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를 하는 때에는 상대방에게 후견이 개시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리 후견인등기부를 확인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A의 누나는 A와 가족이므로 가정법원에 한정후견인 제도 개시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심판절차에서 A의 지적장애를 입증할 수 있는 의료기록이 있다면 법원에 같이 제출하여야 하고 A의 후견인을 누구로 정하는 게 좋을지 혹시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후견인이 될지 그 의견도 표시해야 합니다. 만약 누나에게 큰 문제가 없고 A 역시 큰 불만이 없다면 누나가 직접 후견인이 되는 게 가장 좋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도 마찬가지로 남편의 충동조절장애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 예를 들면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나 충동조절장애 치료 기록 등을 제출하면서 B는 남편의 한정후견인 제도 개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편의 증세가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건 아닐 겁니다. 충분한 시간과 치료가 병행돼야만 하죠.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와 같은 재산적인 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은 재산적인 손해는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인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한정후견인 제도 개시할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성년후견만큼 강력한 효과는 아니므로 한정후견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는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해당 계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 시켜야 합니다.